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다.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법률(검찰청법 4조)이 규정한 직분이다. 신임 검사들은 임관식에서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될 것을 선서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은 검사들에게 선서 내용을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이들이 법원을 속이고, 증인에게 허위 진술을 유도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입수 경위에 대해 수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을 통해 비정상적 경로로 입수하고도 ‘대검찰청이 중국에 공문을 보내 발급받았다’고 우겼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에 출입경기록을 낸 검찰은 재판장이 ‘공식 루트로 입수한 것이냐, 사적 루트로 입수한 것이냐’고 묻자 “공식 루트”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후에도 허위 주장을 되풀이하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위조 사실을 통보한 뒤에야 국정원을 통해 입수했다고 털어놨다. 위조 문서임을 인지하고 이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위조 사실을 알고도 증거로 냈다면, 검찰은 증거조작 범죄에서 국정원의 종범(從犯)이 아닌 공동정범(共同正犯)이 된다.
검찰의 의심스러운 행태는 이뿐이 아니다. 사건의 핵심 증인인 유가려씨(유우성씨 동생)에게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가려씨는 국정원 조사에서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그렇게 진술하면 안된다. 그러면 도와줄 수가 없다’며 국정원 진술을 유지하도록 회유했다고 한다. 또한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유씨가 북한에 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발견하고도 증거로 내지 않았다. 검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반드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검사가 사법부를 기망하고 증거를 은닉했다면 이는 법치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정면으로 모독하는 행태다. 공익의 대표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간첩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문책과 수사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증거조작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면서, 다른 한쪽에선 유우성씨 공소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일 역시 그만둬야 한다. 이런 모순적 행태가 또 어디 있겠는가. 검찰은 더 이상 사법정의를 농락하지 말고 제 살 도려낼 각오부터 하기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