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2일 수요일

경향 [사설]5년마다 새 대책, 지방이 정책 실험장인가

정부가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지자체는 각각의 특화 프로젝트를, 시·군 단위 지자체는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2146건의 특화사업을 추진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대책도 쏟아냈다. 주거용으로만 국한됐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상업용으로 풀고 민간개발이 허용된다. 산업단지 조성,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도 포함됐다.

우선 묻고 싶다. 노무현 정부까지 갈 필요도 없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내놓았던 지역발전 5개년계획은 용도폐기된 것인지 궁금하다. 새 대책이 나온 것을 보면 방향 전환이 분명해 보이지만 과거 정책에 대한 득실 분석, 정책 변화에 따른 최소한의 배경 설명, 이에 대한 책임 언급조차 없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행위다. 기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책은 찬밥 신세가 됐다. 어떤 정책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어떤 것은 180도 방향이 바뀐다. 때로는 비슷한 것을 이름만 바꿔 진행한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기업도시 정책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소극적 지방 이전과 투자 부진으로 지지부진하다. 의욕만 앞선 채 현실을 무시한 결과다. 지역경쟁력 강화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권 개발’ 정책도 지역별 특화과제 중복과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엮이면서 흐지부지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과거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과 달리 지자체의 자율 협의를 통해 나온 상향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공을 자신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실패를 되풀이한 과거 정부의 정책 오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당장 광역지자체가 선택한 특화산업이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이다. 시·군 단위 추진 사업들은 전통산업·관광자원 중심으로 돼 있어 지역 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 소지가 크다.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는 더 큰 문제다. 정부는 그린벨트 규제가 풀리면 민간자본이 들어와 공장과 상업시설들을 지어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기업도시 입주에도 손을 젓는 기업들이 그린벨트라고 해서 투자할 것으로 믿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오히려 투자를 빙자한 투기, 이로 인한 난개발과 환경훼손 우려가 더 큰 상태다. 자칫 잘못된 개발이 몰고올 생존권 위협으로 사회적 비용만 더 커질 수 있다.

지방경제를 회생시키고 국토를 균형 발전시키는 데 반대할 시민은 없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정책은 지방 전체의 발전보다는 지역 간 격차만 더 키웠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균형발전법은 지방경제 활성화의 대들보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심을 잃으면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과시용 발표가 아니라면 속도가 늦더라도 신중하면서도 촘촘하게 계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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