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1일 화요일

조선 [사설] 韓·日 대화하려면 '고노담화 말장난'부터 중단해야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오늘 방한한다. 이번 차관급 협의는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처음 이뤄지는 한·일 고위급 대화이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아베의 외교·안보 책사로 알려진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NSC) 국장의 방한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고위급 대화는 시기적으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한·일 순방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다. 미국은 오바마 순방 전에 한·일 관계가 정상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사이키 차관이 이번에 '고노담화 자체를 번복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93년 8월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위안소 설치 및 관리 등에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간여했다. 종군 위안부로 고통을 겪은 모든 분에게 사죄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 후 한·일 관계는 이 고노담화와 일제의 식민 지배 전반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전 총리의 1995년 담화를 축으로 삼아 이뤄졌다. 역대 일본 정권들은 이 두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데서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풀어갔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똑 부러지게 무라야마담화나 고노담화 계승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일본 의회에서 질의·응답 형식을 빌려 '고노담화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일본 극렬 인사들은 "위안부 문제는 날조된 사실(史實)"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그랬던 일본이 혹시라도 '고노담화를 번복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에 내밀 '선물' 내지는 협상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놓고도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국가 행사로 치르지 않고,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이 행사에 참석하는 건 한국을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한·일 관계는 1년 넘게 단교(斷交)나 다름없는 최악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3각 동맹과 북핵 공조 등을 감안하면 한·일 관계를 지금처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 아베 내각이 정말 한·일 관계 복원을 원한다면 고노담화를 둘러싼 말장난을 비롯한 일체의 도발적 언동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어렵게 시작된 한·일 고위급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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