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은 오는 21일 주총에서 신임 감사에 이석우 금융감독원 감사실 국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현직 금감원 국장이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가는 것이다. 금감원 전직(前職) 간부 5~6명도 다른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현직 국장은 오랜 기간 은행 업무를 맡지 않았고, 전직 간부들도 퇴직한 지 2년이 넘어 문제없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에 감사를 보내지 않겠다던 3년 전의 자정(自淨) 선언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저축은행 사태 이전엔 금감원 출신이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권 감사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은행 감사 자리는 연봉이 많으면 4억~5억원이어서 금감원 간부들의 노후(老後) 대비용으로 최고 인기였다. 금감원 출신들은 피감(被監) 기관에서 감사의 일을 팽개치고 그 회사에 대한 조사를 막는 바람막이나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 저축은행 감사로 갔던 금감원 출신들은 불법 대출에 눈감은 것은 물론 임원회의에서 부실을 숨기는 분식회계 방법을 알려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현직(現職)들까지 오염시켰다. 금감원 어느 간부는 저축은행 검사 때 감사에 대비하라며 기밀문서를 넘겨주었다. 다른 간부는 "강남으로 이사해야 한다"며 현찰 2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태 후 금감원은 부패(腐敗)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던 금융회사 감사추천제도를 폐지했다. 그러자 이번엔 감사원이 금융회사 감독·검사권을 무기로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섰다.
감사는 경영진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회계엔 문제가 없는지를 감시하며 위기 징조를 찾아내 조기 경보(警報)를 해야 하는 자리다. 금감원·감사원 출신들이 가서 로비스트 역할이나 한다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해 다시 수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감독 기관들은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퇴직자의 은퇴 후 지정석(指定席)쯤으로 여기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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