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이런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유씨의 출입국기록,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국기록 발급사실 확인서, 답변서 등 3종의 문건은 모두 위조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해명대로라면 김씨에 의해 조작된 또 다른 문건이 존재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국정원이 정보를 사 모으는 방식이 이런 식이었다면 제4 또는 제5의 위조 서류가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른다. 특히 법원에 제출된 3종의 위조서류는 유씨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걸 일관되게 증명하려 한 서류라는 점에서, 김씨가 국정원 측의 지시를 받지 않고서 이런 서류를 알아서 구해왔다는 국정원의 설명은 참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정보원이 거짓에 거짓을 보태는데도 국정원은 이를 그대로 믿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으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북한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북한 정보수집망이 아무리 과거 정부 시절에 붕괴되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의 정보수집 능력이 이렇게 불안정해서야 국민이 안심하고 간첩 잡는 일을 국정원에 맡길 수 있겠는가.
물론 이번 사건의 본류는 유씨의 간첩행위 여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국정원의 어설픈 대공수사 관행 역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국정원은 더 이상 해명에만 급급하지 말고, 또 다른 위조 서류가 국민의 인권을 구속하는 데 악용되지 않았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 검찰 역시 국정원이 조작 사실을 알고도 서류를 검찰에 제출했는지, 만일 이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파헤쳐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검찰과 국정원이 함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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