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중앙 [사설] 규제 혁파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라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규제개혁을 촉구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죽이는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확확 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12일엔 무역투자진흥회의와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 석상에서 “(규제에 대한 강한 발언이) 그것보다 더 세게 말해도 지금의 규제상황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불타는 애국심과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사생결단으로 붙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소 생경할 정도로 거칠고 격정적인 어투로 규제개혁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규제개혁이 정권의 명운을 걸 정도의 각오로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음을 역대정권의 경험을 통해 익히 보아왔다. 그래서 대통령이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규제혁파에 앞장설 것을 누차 강조했다. 이제 이만하면 규제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추진의지만큼은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을 만하다.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그만큼 절박한 정권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 부처와 공무원 집단이 규제개혁에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남은 문제는 실천이다. 규제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불타는 의욕과 격정적인 표현이 손에 잡히는 규제철폐의 구상과 실천방안으로 성과로 구체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목하는 이유다. 여기서는 자잘한 ‘손톱 밑 가시’ 규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덩어리 규제를 통째로 들어낼 정도의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예컨대 그간 성역처럼 간주돼 왔던 ‘수도권 규제’ 같은 포괄적인 규제의 틀을 아예 철폐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각 부처와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규제를 자신들의 권한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 부처와 공무원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규제개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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