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일요일

중앙 [사설] 생명을 볼모 삼으면 국민 마음 못 얻는다

끝내 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감행했다. 의협은 오늘 하루 동네의원의 문을 걸어 잠그고, 일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도 동참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이익을 취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 번 양보해서 명분이 옳다고 해도 그 방법이 집단휴진일 수는 없다. 이번 휴진은 아무리 잘 포장해도 집단이기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

 의사들은 가운을 벗기 전에 환자단체연합회의 호소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 단체는 7일 기자회견에서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정부를 상대로 해야지 왜 아무 잘못 없는 환자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병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환자를 볼모로 삼아 정부를 협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아무리 명분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은 집단휴진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여섯 차례 열어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이를 뒤집고 파업으로 돌아섰다. 정부와 협의에서 100%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왜냐면 정부는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만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 양측이 추후 대화로 최대공약수를 키워나가기로 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의협이 내세우는 파업 이유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반대다. 두 제도가 의료영리화라고 몰아붙이는 의협도, 이를 시행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나올 걸로 포장하는 정부도 문제가 있다. 원격진료는 도서·벽지 주민, 노인·장애인·만성질환자 등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의 편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도 비껴갈 수 없다. 다만 의사와 환자의 대면(對面) 진료를 전면 대체하는 원격진료는 신중해야 한다. 우선 만성질환자 모니터링과 상담부터 먼저 도입하고 차차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료법인 자회사도 해외환자 유치나 해외 병원 진출과 같은 분야에 먼저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협은 진료수가가 원가의 3분의 2에 불과해 비정상적인 진료를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보험 진료를 포함하면 원가보다 높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내용은 양측이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즉각 대화채널을 가동하되 필요하면 복지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격상하는 것도 검토해 봄직하다.

 의사들이 오늘 문을 닫으려면 명심할 게 있다. 집단휴진은 스스로를 전문가단체에서 이익집단으로 격하시키는 자해행위라는 점이다. 집단휴진으로 얼마나 이익을 얻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당연히 집단휴진에 따른 응분의 책임도 져야 한다. 정부는 진료명령·업무개시명령 위반사항은 반드시 가려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정도가 심하면 형사고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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