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일요일

조선 [사설] 잠자는 상관 못 깨워 5시간 늦어진 112 긴급출동

지난 1월 16일 오전 2시 20분쯤 서울 마포소방서 119 상황실에 응급 구조를 요청하는 한 여성의 휴대전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여성은 신음소리만 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전화는 소방서 직원이 주소를 확인하기도 전에 끊겼다. 소방서는 마포경찰서 112 상황실에 여성의 위치 확인을 급히 요청했다. 이런 요청이 오면 112 직원은 상황실장 결재를 받아 위치정보 확인요청서를 통신사에 보내야 한다.

상황실장 결재는 시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만들어 놓은 절차다. 그 시각 마포경찰서 112 상황실장은 잠자고 있었다. 그러나 직원은 실장을 깨우지 못했다. 경감 계급의 상관을 깨울 엄두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경찰은 당일 오전 6시쯤 상황실장이 일어난 뒤 결재를 받아 오전 7시 50분쯤에야 신고자 주소를 확인했다. 원룸에 혼자 사는 이 20대 여성은 뇌출혈로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관에게 상관의 수면(睡眠)보다 시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만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생명이었다.

정부는 2012년 법을 고쳐 경찰에 112 신고자의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경찰은 지난 1월 신고자 휴대폰의 GPS가 꺼져 있어도 원격 제어로 강제로 켤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위치 추적이 쉬워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새 법을 만들고 신기술을 개발한들 부하 직원이 긴급 상황에서 잠자는 상관을 깨우지도 못하는 지금의 경찰 풍토 아래에선 모두가 헛일임이 이번에 드러났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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