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일요일

경향 [사설]정부와 국회, 의료계는 당장 대화 나서라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했던 집단휴진이 현실화하는 사태를 맞았다.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대하며 정부와 갈등해온 의협이 어제 “국민의 이해를 간절히 바란다”며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고, 그제는 그동안 집단휴진 참여에 소극적이던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동참을 결정했다. 정부 또한 집단휴진 강행 즉시 업무개시명령 등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해 불응한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의·정이 강 대 강으로 대립해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우선 명분과 이유, 어느 쪽의 잘잘못을 살피기 이전에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 사실상 파업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휴진을 강행키로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14년 전인 2000년 의약분업 때의 의료대란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문제라든가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의 주장이나 요구가 나름의 명분을 갖췄다 하더라도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태도는 더 걱정스럽다. 시종일관 강경책으로 의료계를 자극하는 등의 소통 방식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의·정협의체인 의료발전협의회를 ‘야합’으로 비쳐지게 만들었는가 하면 집단휴진 결정 이후 공안대책협의회까지 열어 대응 수위를 높인 점 등이 그렇다. 집단휴진이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정지·의사면허 취소 운운하기까지 했다. 오늘 집단휴진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었던 전공의들이 동참으로 선회하는 결정을 내린 데는 정부의 이런 강경 대응이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처 방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 집행으로 불법에 가담하면 불이익이 따른다는 것을 확실히 알도록 하라”는 식의 강경책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의·정 갈등은 정부의 원격진료와 영리화 정책을 계기로 의료수가체제 등 의료계의 해묵은 불만과 의료의 공공성, 변화된 의료환경 등 어려운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노정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쉽게 풀릴 문제들이 아니다. 제2의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 의료계는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 마침 야당 측이 어제 여·야·정 및 의사단체, 전문가, 가입자 단체가 포함된 ‘의료공공성 강화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제안했다. 무엇이 됐든 보다 큰 틀에서 의료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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