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일 일요일

경향_[사설]민간 잠수사 사망, 또 한 번의 ‘인재’

세월호 선체 절단 작업에 투입됐던 민간 잠수사 이민섭씨가 숨졌다고 한다. 기다리던 실종자 발견 소식 대신 전해진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민간 잠수사가 목숨을 잃은 것은 실종자 구조 작업 도중 사망한 이광욱씨에 이어 두 번째다. 사고 경위가 아직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당국의 부실한 안전관리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후진국형 참사인 세월호 침몰사고의 수습 과정조차 후진국형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광경을 지켜봐야 하나.

정부는 지난달 6일 이광욱씨가 숨진 이후 민간 잠수사들의 자격·경력 검증과 사전 건강검진, 적응훈련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잠수사들의 자격을 검증하기는커녕 기초적 신원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이민섭씨가 사망한 직후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신원을 그의 형인 이모씨로 발표했다. 그러다 가족과 동료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뒤늦게 지문감식을 통해 이씨가 형의 이름을 사용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또 20여년 동안 수중 잠수 작업을 해온 경력은 있지만 자격증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차례 지적된 주먹구구식 잠수사 운용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이씨는 29일 새벽 현장에 투입됐다. 이날 오후부터는 수심 25m 안팎 지점에서 1회 30분 넘게 작업을 했다. 일부에서는 이씨가 잠수 관련 질환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잠수에 적합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사전 적응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면 사고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뒤늦게 ‘잠수사 안전 지원단’을 구성했다지만 ‘사후약방문’으로 부르기에도 너무 늦었다. 정부는 이광욱씨의 죽음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하다.

안전을 소홀히 하다 수백명의 목숨을 잃었는데, 여전히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아직도 실종자 16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수색·구조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더 이상의 생명이 희생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잠수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작업을 진행하기 바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외롭게 작업하는 이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다시 한번 고 이민섭·이광욱 잠수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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