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백봉신사상’을 받았다. 이 상은 신사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의정활동에 임한 국회의원들에게 수여된다. 수상이 절대적 잣대는 아니겠으나, 실제로 황 위원장은 성품이 온화하고 타협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회에서 날치기와 몸싸움을 근절하겠다며 국회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한 이도 황 위원장이다. 그런 그가 믿기 힘든 막말을 했다고 한다. 선거유세에서 “요새 사고가 굉장히 많이 난다. 전부 야당에서 시장, 군수를 하는 곳에서 사고가 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가 코앞이라지만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는 법이다. 더욱이 그는 5선에 국회의장까지 노리던 중진 정치인 아닌가.
문제의 발언은 지난 28일 경남 함안군 지원유세 도중 나왔다. 그는 장성, 고양, 시흥 등 최근 사고 난 지역을 거론하더니 “하여간 인천에, 이 세월호가 인천”이라며 세월호 참사와 인천을 연계시켰다고 한다. 세월호 출발지가 인천이라는 점을 들어 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을 공격하려 한 듯하다. 출발지와 사고 발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인천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그가 입에 담을 말은 아니라고 본다. 황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믿기 어렵다. 보수표 결집을 겨냥한 ‘의도적 실수’일 가능성이 짙다. 어이없는 것은 야당을 공격하려다 자가당착에 빠진 점이다. “(잇단 참사는) 새누리당 출신 대통령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야당 논평까지 빌릴 필요도 없다. 지난 2월 붕괴사고로 10명이 희생된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어디 있으며, 시장은 어느 당 소속인가. 무엇보다 불의의 재난을 정쟁 소재로 삼는 것은 절대로 해선 안될 일이다.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진 못할망정 상처에 소금을 뿌려서야 되겠는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인 4월2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런 발언이 있었다.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피해 가족과 아픔을 같이하고 애도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온 당원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온당한 처신을 엄중히 당부한다.” 당시 당 대표이던 황 위원장의 말이다. 정치인의 기억력이 금붕어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겨우 40일 만에 깨끗이 잊어버린 건가. 황 위원장은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망언을 즉각 취소하고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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