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일 일요일

조선_[사설] 北·日 교섭, 주시하되 과잉 반응은 필요 없다

북한과 일본은 29일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고 일본은 이에 맞춰 일부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3주쯤 뒤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일본은 그 즉시 일본이 유엔 제재에 덧붙여 독자적으로 행해온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이 북·일 합의의 골자다. 특별조사위는 1945년 이후 북한 땅에 남은 일본인 및 행방불명자 등에 대한 포괄적 조사도 실시한다. 북·일은 26~28일 스웨덴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고, 이 자리에서 국교 정상화를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파(南派) 간첩에게 일본어 및 일본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처음 인정한 것은 2002년이었다.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납치자 13명 중 8명은 사망했다면서 생존자 5명을 일본에 돌려보냈다. 당시 북은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는 '통 큰 모습'을 보이고 나서 일본에서 대규모 보상을 얻어내는 북·일 수교 교섭을 가속화하길 희망했다. 그러나 북이 납치 사실을 공식 인정하자 일본 내 여론이 들끓었고 이후 북한이 보낸 사망자 유골이 가짜라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교섭은 전면 중단됐다. 당시 관방부장관으로 북한에 갔다가 생존자들과 함께 귀국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는 작년 5월 측근을 평양에 보내 교섭 재개를 타진했고 1년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가 자국민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북·일 교섭은 그 파장이 피랍자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북의 김정은 정권이 자신들의 범죄행위 조사를 받아들인 것은 일본 내 조총련 활동에 숨통을 트려는 것 외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한·미·일 대북 공조에 구멍을 내보려는 시도다. 일본 아베 정권 역시 대북 교섭을 한·중에 대한 지렛대로 이용해보려는 생각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과 일본이 피랍자 문제를 구실로 북핵 문제를 흐리게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본이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도 유엔 차원의 제재와 상관없이 일본이 자체적으로 행하던 제재일 뿐이다. 더구나 일본이 미국의 전략에 맞서 북핵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행동을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역시 북핵과 미사일에 직접적 위협을 느끼는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이 해제한다는 대북 전면적 수출입 중단, 북한 특정 기업과 민간 거래 금지, 북한 선박의 입항(入港) 금지, 대북 송금 제한액 대폭 축소 등은 유엔 결의에 따른 것이 아닌 독자 제재였기 때문에 푸는 일도 일본의 고유 권한이다. 북·일 간 과거 거래 규모로 볼 때 일본의 제재 해제로 북한에 활로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본이 북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북핵 해결에 엉뚱한 장애가 조성된다면 전적으로 일본의 책임이다.

지금 국내에선 일본이 우리 측에 협상 경과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어떤 나라도 우리를 우회할 수 없고, 우회하려다간 언젠가는 대가를 치를 것이란 원칙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은 금지선을 넘지 않았고 앞으로도 넘기 어려울 것이다. 그 한계가 명백한 이상 우리가 정도 이상으로 반응하고 대응하는 것은 그럴 필요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일본의 의도와 동향을 지켜볼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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