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지방선거가 끝났다. 시민들은 과연 만족스러운 대안을 발견하고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과 인물을 고른 것일까. 시민들은 다양한 대안 사이에서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을까. 선택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들 간의 치열한 토론, 그 토론을 통한 쟁점의 부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토론도 충분하지 않았고, 쟁점도 분명히 부각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특별 상황이 한동안 선거 과정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내면서 조용한 선거가 된 것이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 해도 과연 차별성 있는 경쟁을 했을지는 의문시된다. 공허한 선심 대신 실천할 준비를 갖춘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찬반 토론을 거쳐 우열을 가렸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이번 선거가 인물 경쟁력을 다투는 장으로 협소해졌고, 그나마 인물을 꼼꼼히 검증하는 기회도 충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과도하게 중앙정부 평가에 좌우된 선거이기도 했다. 물론 선거는 정당공천제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정당 간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로 인해 집권당과 야당이 경쟁의 축을 이루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 못지않게 지방정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선택의 준거로 작용해야 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의 성과에 대한 엄정한 검증과 평가 과정이 충분치 못했다. 지방자치 현안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방 쟁점에 대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했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율이 기대치인 60%를 넘지 못하고 결국 50%대에 머물렀다. 이는 다수의 시민들이 자신의 참여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거나,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정당과 후보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야당이 바로 서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이 참여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은 두 가지 선택 사이에 고민했던 것 같다. 한편에서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만큼 ‘국가개조’며 개각이며 박 대통령이 국정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을 평가하며 기회를 더 주자는 기대심리가 엿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국정 수행 능력으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박 대통령의 독주·독선·불통·1인통치라는 부정적 현상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 국정 개혁을 하도록 좀 더 기다려 보겠다는 의사의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총리와 각 부 장관을 개혁적 인물로 바꾸고, 국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실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다. 이번 선거를 기존 정책 방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전환의 시간으로 삼기 바란다.
새누리당도 집권당의 위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선거 기간 내내 “위기의 대통령을 구해달라”는 구호만 반복했다. 집권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성공한 정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견제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제안이 없었다. 기존 방식대로 대통령과 집권당 관계를 수직과 상하의 관계로 더 이상 끌고 가서는 안된다. 집권당이 중심을 잡고 국정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시민들이 과연 대안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믿음직한 야당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서울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 배경보다 인물 경쟁력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 쟁점을 부각시키지도 못한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심판할 만한 주체로 우뚝 선 것은 아니었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등 정치 주체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사를 하고 있다. 그건 각자 제 역할을 하기 위한 각성과 변화를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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