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4일 수요일

경향_[사설]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

삼성에버랜드가 어제 전격적으로 내년 1분기에 상장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초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에 이은 것이다. 삼성 측은 잇단 상장 계획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최근의 계열사 간 합병과 지분 정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등을 감안하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의 경영승계 작업이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에버랜드 상장이 주목받는 것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맨 위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출자구도는 에버랜드→생명→전자→SDI→물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부문은 삼성생명, 제조업은 삼성전자 밑으로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에버랜드 주식은 이 부회장이 25.1%,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각각 8.37%, 이 회장이 3.7%를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3세들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상속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흐름으로 보면 승계 작업은 장애물 없이 진행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삼성의 3세 승계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당장 천문학적 자본이득을 납득할 수 없다. 증권가에 따르면 에버랜드 상장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은 투자비의 390배에 이르는 1조8800억원의 상장 차익을 얻게 된다. 종잣돈은 1995년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61억원 중 세금을 제하고 남은 45억원이었다. 삼성 핵심부는 이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면서 돈을 굴려나갔다. 96년에는 48억원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62만여주를 시세보다 싼 주당 7700원에 인수했다. 99년에는 620억원을 들여 SDS주식 870여만주를 주당 7150원으로 헐값 인수했다. 이 주식은 현재 장외에서 주당 15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의 문제가 법적으로 마무리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증여받은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사 엄청난 주가차익을 챙기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을 장악하는 ‘기이한’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경영능력도 의문부호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뚜렷한 경영성과를 낸 적이 없다. 삼성이 김용철 변호사 비자금 폭로 사건으로 퇴임했던 이건희 회장을 2010년 복귀시킨 명분도 이 회장의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부회장으로는 미덥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다. 지배구조 변화는 초미의 관심사다. 과거의 멍에를 떨치고 사회와 소통할 의지와 능력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공은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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