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일 월요일

경향_[사설]49일, 세월호는 벌써 잊혀져 가는가

오늘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49재가 곳곳에서 열릴 터이다. 우리는 묻는다. 발인이 끝나고 49재도 마무리된 후에는 어찌할 것인가. 적잖은 이들이 말하듯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인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구지하철에 불이 난 뒤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은 세월호를 잊을 때가 아니다. 49재는 망각의 시작 대신 새로운 기억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국가는 지난 49일 동안 참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어제 서울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핵심을 찌른다. “공무원들이 대통령 화환에 신경을 쏟는 동안, 실종자들은 차디찬 바다에 남겨졌고 가족들은 체육관에서 떨고 있었다. 국민은 반성을 원했지만, 정부는 언론을 통제했다. 유가족은 대화를 요구했지만, 그들의 호소는 묵살당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을 미행하고 침묵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을 연행했다. 이 모든 일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해경을 해체했고, 눈물로 실책을 무마하려 했다. 슬퍼하는 이들은 미개한 국민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들은 불순한 시민으로 낙인찍혔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실종자 수색도 진상 규명도 답보 상태다. 아직도 16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바닷속에 있다. 선장이 왜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해경이 왜 사고 직후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는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사고 초기 ‘학생 전원 구조’ 오보의 진원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뒤늦게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는 첫날 일정부터 삐걱거렸다. 남은 것은 유병언 일가의 도주극, 그리고 개념없는 공직자와 종교인들의 막말뿐이다.

하여, 지금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불순’하다. 이는 진상이든 책임이든 다 덮고 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럴 수는 없다. 실종자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야 하고, 사고의 진상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책임을 묻는 대상도 선장과 선원, 유병언 일가에만 국한해선 안될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씨는 “세월호 이야기는 더 이상 언론매체의 1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잔인한 4월은 여름 더위에 쫓겨나고, 겨울이 되기도 전에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죽어야 교훈을 얻을 텐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망각이라는 뿌리 깊은 병증(病症)에 맞서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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