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적폐가 수술대에 올랐지만 정작 법 체계는 허술하기만 하다.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문제의 근원이다. 법 자체의 맹점은 물론 처벌 규정도 미미해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관피아들에게 1000만원 벌금이 무슨 강제력이 있겠는가. 관피아를 영입한 대기업들도 버티면 그만이다. 더구나 세월호 사고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국선급은 취업제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게 생겼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나 7급 이상 국세청·검찰·경찰 공무원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 2년간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당사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간 적발된 공무원의 경우 최고 400만원 벌금이 고작이었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관피아들 입장에서는 있으나마나 한 규정이다. 관피아를 영입한 대기업도 10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끝이다. 정부의 해임 조치를 무시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마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허술한 규정도 문제다. 정부는 관피아의 문제점이 드러난 뒤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금지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직유관단체도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규정이 강화되더라도 법의 맹점은 여전하다.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한국선급 같은 유관단체가 문제다. 규제 대상인 공직유관단체는 현행법에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 처리하는 곳으로 돼 있어 ‘대행’ 기관은 여전히 관피아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세월호 참사를 부른 당사자가 빠진 관피아 규제법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굳이 세월호 사건이 아니더라도 관피아로 인해 우리가 겪어온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관(官)이 누구인가. 관피아의 오랜 악습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일회성 구호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참에 관피아를 없애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허술한 법망을 바로잡고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과태료 한번으로 끝내지 못하도록 이행강제금을 추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법 개정은 관피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에 맡길 게 아니라 정치권이 나서야 하다. 세월호의 뼈아픈 교훈이 이렇게 흐지부지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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