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4일 수요일

중앙_[사설] 또 '관피아' 논란 … 있으나 마나 한 재취업 심사

‘관피아’(관료+마피아 ) 논란이 또 터졌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의 포스코 취업을 승인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로 고위 관료의 사기업·관련기관 취업 관행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이다. 전체 위원 11명 중 8명이 참석, 격론을 벌인 끝에 승인 4명, 불허 4명 의견으로 취업을 허용해준 것이다. 취업제한을 하려면 참석 위원의 과반수인 5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동수가 나와 전직 국장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의 공직자가 퇴임 후 2년 이내에 특정 사기업에 취업하려고 할 때 반드시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의 직책이 해당 사기업과 관련이 있으면 취업할 수 없다. 안전행정부는 “해당 국장은 2009년부터 퇴직한 지난 4월 말까지 포스코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직책을 맡았다.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지금의 공직자윤리위원회와 재취업 심사는 국민에게서 큰 불신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재취업을 신청한 고위 공직자 1819명 중 취업이 제한된 경우는 134건(7.4%)에 불과하다. 심사가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에 따라 업무 관련성의 판단 기준을 강화하고 심사대상을 확대하는 법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 개조 차원에서 ‘관피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마당에,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은 국민 정서나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주장이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다 해도 실제 심사와 운영이 느슨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번 논란을 재취업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윤리위원 명단과 심사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생활 보호도 좋지만 고위 공직 심사에는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 이참에 폐쇄적인 운영 스타일도 확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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