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어제 “개인적으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전개를 한국에 요청한 바 있다” “한국에 사드 전개를 위한 초기 검토가 이뤄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드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체계로 미국 MD의 핵심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8일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며 부지 조사까지 마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도 이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MD 추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이 미국의 MD에 편입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형 MD(KAMD)를 구축한다면서도 지난달 29일 “주한미군의 방어를 위해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MD와의 상호 운용성을 이유로 사실상 미국 MD에 편입하는 길을 열어 두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10월에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아직은 검토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번 봐야지”라며 애매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한국의 MD 참여 절차를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고 있다. 미 하원은 이미 지난달 22일 ‘2015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며 “(미 행정부가) 한·미·일 3국 간 MD 강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군사정보 공유 확대 등 MD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마침 지난달 31일 한·미·일 국방장관이 회담을 갖고 3국 간 군사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미 의회의 방침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드 반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나아가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평화는 무기만으로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왜 평화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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