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일 월요일

경향_[사설]‘도로 위의 세월호’ 안전대책 시급하다

화물연대가 자신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화물운송 노동자가 고의 과적으로 3회 이상 적발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면허 재취득을 제한하는 ‘과적 삼진아웃제’가 그것이다. 어제 경향신문에 보도된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의 인터뷰를 보면 그 이유가 절박하기 짝이 없다. 이 본부장은 “해도 해도 안되니까, ‘죽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고 생각했다”며 “화주가 강요해도 버틸 수 있는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화물차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과적을 하지 않으면 일감을 얻지 못한다. 과적을 거부하면 운송사로부터 ‘물건 내려라. 당신이 아니라도 기사는 많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과적 단속을 요청해도 ‘물류비가 비싸지니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기막힌 대답을 들을 뿐이다. 화물차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와 제도, 현실이 어떤 지경인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내용이다.

2003년, 2008년, 2012년 등 과거 수차례 화물연대 파업을 통해 드러났듯이 화물운송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지입제라는 전근대적 제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산 차를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해 일감을 받는 방식의 이 제도는 화물차를 ‘달리는 흉기’로, 화물노동자를 ‘도로의 난폭자’로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인 이들은 노동자로서 노동기본권은 물론 차량의 실제 소유주로서 재산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다. 그로 인해 중간 착취와 불평등 계약, 번호판 탈취, 화물차량 사기 등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한 해 5000여명에 달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1200여명이 화물차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 사망의 38%가 과적과 적재불량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과적을 해야 하고 그래서 사고 위험을 안고 달릴 수밖에 없는 ‘도로 위의 세월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권과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해온 표준운임제,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보험 전면 적용 등에서부터 지입제 폐해 근절을 비롯한 화물운송시장의 근본적 구조 개혁에 이르기까지 안전 차원에서 적극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살기 위해 ‘죽음의 질주’를 하면서도 또 살기 위해 그런 자신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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