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일 일요일

중앙_[사설]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교육감 선거

불과 이틀 남겨둔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난장판으로 치닫고 있다.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주민 직선 방식으로 교육감을 뽑는 선거제도의 온갖 적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양상이다. 공약 대결은 이미 실종됐고, 누가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지를 가리는 폭로만이 난무하고 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를 내팽개친 고씨는 교육감 자격 없다”는 친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이어 “딸을 이용하는 공작정치에 맞서겠다”며 문용린 후보(현 교육감)를 지목했다. 딸의 글이 자신의 전 처남이자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아들과 문 후보 사이의 야합에서 나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딸이나 가족이 부모를 향해 ‘무자격’을 거론하는 건 흔치 않다. 고 후보 개인의 가정사이므로 외부인이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렵겠으나 그의 도덕성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권자들의 귀중한 한 표가 그의 해명과 후보 사퇴 거부를 판단할 것이다.

 폭로와 해명, 반박과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교육감 선거판은 정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서슴없이 상대를 향해 막말과 패륜이란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 물어뜯는 형국이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은 건 가정사에 숨겨진 진실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를 옥죄고 있는 산적한 교육 현안을 어떻게 풀 것인지, 식견과 전문성이 있는 후보는 누구인지, 아이들 앞에 본이 될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알고 그에게 표를 던지고 싶을 뿐이다.

 교육감 선거는 1991년 간선제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제도 변경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나 선거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직선제로 전환된 뒤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다투는 ‘진영 선거’, 후보자들끼리 선거 후 인사를 미끼로 거래하는 ‘매수 선거’의 문제점이 반복돼 왔다. 정치권은 교육감 자격이나 경력을 바꾸는 수준의 제도 변경만 했을 뿐 적폐를 도려낼 근본적인 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선거라면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어렵겠으나 교육감 직선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끝난 후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감안해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나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는 대안 등을 반드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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