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6일 화요일

경향_[사설]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지하철 추돌사고

서울지하철 운행 40년 역사상 지난주 처음 발생한 열차 추돌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신호체계 변경과 오작동 발생, 종합관제센터의 속수무책, 고장으로 출발이 지연된 선행 열차의 무대책, 열차의 노후화와 설비 작동 불량 등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런 원인은 다 안전불감증에 기인한다. 경찰이 어제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를 보면 추돌사고로 큰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점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사고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이 사고 발생 14시간 전쯤 신호기계실에서 모니터상에 신호 오류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지만 통상적인 오류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선로전환기 속도 조건을 바꾸기 위해 연동장치의 데이터를 수정한 만큼 그에 따른 이상 징후가 없는지 예의주시했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수정 후 사고 발생까지 나흘간 서울메트로가 신호기 오작동을 전혀 알지 못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고장으로 출발이 늦어진 선행 열차 기관사의 대처 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 열차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세 번이나 스크린 도어를 여닫는 바람에 출발이 1분30초가량이나 늦어졌지만 종합관제센터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차 배차 간격이 좁은 점을 고려하면 정상 운행이 안될 경우 바로 관제센터에 보고해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도 그랬다.

종합관제센터가 이런 사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은 더 큰 문제다. 관제센터에서 고장 난 선행 열차의 지연 출발을 인지하고 미리 후행 열차에 알렸더라면 추돌사고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이번 사고를 보면 관제센터에서 도대체 뭘 관제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경찰은 사고 발생 당시 관제센터 근무자들의 근무태만이 있었는지, 아니면 통제시스템이나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안전을 전반적으로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하철 안전에는 무엇보다 복잡하고도 많은 시설이 오작동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안전의식과 프로정신이다. 한순간의 방심에 기인하는 지하철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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