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7일 수요일

경향_[사설]해경의 축소·과장·은폐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세월호 참사 직후 해양경찰청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해상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인지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된다. 엉터리 보고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유족 동의도 없이 희생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등의 행태로 ‘해경무용론’을 넘어 ‘해경해악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엊그제 공개한 해경의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사고 발생 40분 뒤 구조작업은 과장하고 실종자 상황은 생략·축소한 채 청와대 등에 상황보고를 했다고 한다. 또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된 뒤 사고현장에는 구조정 1척과 헬기 2대만 있었는데도 “해경·해군 함선 33척과 항공기 6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등의 허위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후 보고서에도 구조 성과만 강조하고 300명 넘는 승객이 선체에 갇혀 있다는 실종자 관련 내용은 뺐다고 한다. 해경의 이러한 부실덩어리 보고는 청와대나 정부가 상황을 오판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허위보고서 작성의 전모를 파헤친 뒤 관련자들에게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해경은 또 희생 학생들의 휴대전화 메모리카드나 카카오톡 등을 유족의 동의 없이 들여다봤다고 한다. 메모리카드나 카카오톡에는 침몰사고 직후 선실 내부의 움직임이나 구조상황 등이 동영상이나 문자의 형태로 담겨져 있을 수 있어 유족들은 “당국이 과실을 감추고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이런 짓을 했다”며 격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파문이 확산되자 해경은 “수사상 필요해서 분석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소유자를 찾기 위해 휴대전화를 조사했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우선 수사에 필요하다면 압수수색영장이나 임의제출 등의 합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생략했다. 구조상황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유자를 찾기 위해”라는 설명도 명쾌하지 않다. 일부 희생 학생 부모들은 “유품을 해경으로부터 전달받았는데 휴대전화만 없어 항의했더니 나중에 돌려줬다.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칩이 없어 다시 항의했더니 그제야 돌려줬다”고 말하고 있다. “소유자를 찾기 위해” 운운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유족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해경을 비롯한 정부 전체에 폭발 직전의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해경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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