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울 지하철끼리 추돌(追突)했다. 2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역 쪽으로 가던 열차가 차량 이상으로 출입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다가 출발하는 순간 뒤에서 오던 열차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급정거했지만 제동 거리가 부족해 들이받고 말았다. 사고로 승객 200명 안팎이 다쳤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아찔한 사고였다. 지하철은 앞뒤 열차 사이 거리가 200m 이내로 가까워지면 뒤쪽 열차가 자동으로 멈춰 서는 장치를 달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거리를 유지시켜 주는 장치가 고장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로 300명 넘는 사망·실종자가 생겨 국민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상황이다. 대통령부터 보통 국민까지 어떻게 하면 안전한 국가를 만들 수 있느냐고 자책(自責)하며 별의별 제안을 다 내놓고 있다. 정부는 재난 대비 국가 조직을 재정비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사고가 터졌으니 무슨 나라가 이 꼴이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지 사흘 뒤인 지난 19일엔 인천공항을 이륙해 사이판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1시간 뒤부터 '엔진 오일 필터 이상'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는데도 4시간을 더 날아 목적지로 갔다. 작년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하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활주로와 충돌해 3명이 죽고 18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는데도 아시아나 조종사는 승객 242명의 목숨을 걸고 도박한 것이다. 정말 있어선 안 되는 일들이 육(陸)·해(海)·공(空)별로 골고루 터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만 해도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있었다. 해운사는 중고 선박을 들여와 안전성은 개의치 않고 구조를 변경했고 화물은 적재 한도의 3.7배나 실었다. 침몰 당시 46개 구명정 가운데 단 한 개만 펼쳐졌다. 여객선 안전 감시 업무는 해운사들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에 맡겨져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단체에 해운사 관련 규제 권한을 주는 대가로 퇴직 관료들 일자리를 보장받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황당한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것을 '겹치는 우연(偶然)'으로 봐 넘기면 안 된다. 1990년대 중반에도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가 연속으로 일어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경우 1980년 개통돼 선로(線路)와 전동차 설비를 벌써 34년 썼다. 여천·울산의 화학산업 단지 공장들은 1960~70년대에 만들었다. 도로, 터널, 항만 설비, 수도, 전기 같은 SOC들은 지은 지 수십 년을 넘기면서 노후한 것이 많다. 그런 데다 우리 사회는 '눈앞 성과'를 앞세워 돈은 많이 들어도 당장의 이득은 없는 안전 대비엔 소홀히 해왔다.
세월호 침몰에 이은 서울 지하철 추돌 사건을 우리 사회 곳곳 부문들이 노후 설비와 안이한 안전 투자로 더 견뎌내기 힘든 '재난 연속 분출(噴出)'의 경계선까지 와 있는 것을 보여주는 선행(先行) 징조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 이러다가 나라가 결딴날 수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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