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민간 잠수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력발전소와 댐 건설에도 참여했던 베테랑 산업잠수사였던 이광욱씨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 배속돼 피로도가 누적된 기존 잠수사의 뒤를 이어 사고 현장에 긴급 투입됐다. 그는 어제 오전 6시7분 첫 입수에 들어갔다가 5분 만에 연락이 끊겼고 동료에 의해 바지선으로 끌어올려져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는 일이다. 안전을 소홀히 해서 빚어진 참사를 수습하는 일조차도 안전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수중 수색과 구조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중 작업에 참여한 잠수요원의 탈진과 잠수병 호소가 속출하고 이씨 사망 이전에도 17명이 잠수병이나 부상으로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안전대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씨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정확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머리에 공기가 차 있는 ‘기뇌증’이 확인된 것 등의 정황을 보면 잠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잠수사의 안전대책이나 위급상황에 대한 우려가 숱하게 제기돼 왔던 만큼 이번 사망 사고 역시 ‘예고된 인재’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민간 잠수사들이 머무는 사고 해역 바지선에는 감압 체임버와 간단한 구호조치를 할 수 있는 응급구조사 외에는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 민간 잠수사에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해경의 요청으로 청해진함 등에서 의료진이 투입되기까지 최소 골든타임 7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씨의 경우도 11분이 지나 군의관이 바지선에 와서 긴급구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씨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바지선에 의료진 투입을 결정했으니 그야말로 사후약방문 격이다.
긴급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희생자 수색에 투입되는 민간 잠수사들이 잠수 전 기본적인 건강진단도 받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잠수규정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이씨를 작업에 투입한 것이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책본부와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지금부터라도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상을 수습하면서 그토록 산 사람의 안전에 무심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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