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터진 세월호 침몰사고와 서울지하철 추돌사고는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승객 안전관리가 이토록 허술하게 다뤄져왔는지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이 같은 배경엔 효율성을 앞세운 민영화 논리도 한몫을 했다. 경비 절감과 인력 감축을 앞세워 공공의 영역인 안전관리 기능을 앞다퉈 민간에 이양해왔지만 최소한의 관리감독 기능마저 마비되면서 대한민국의 안전이 총체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안전관리의 외주화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세월호 사고는 외주화의 허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합수부 조사 결과 세월호는 지난해 인천~제주 항로 취항 이후 상습 과적을 일삼아왔다. 사고 당시에도 적재량의 2.6배에 달하는 3000여t의 화물을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객선 안전관리를 맡은 해운조합은 눈뜬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화물 적재량은커녕 승선 인원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건조한 지 20년을 넘긴 세월호가 무단 증·개축에도 불구하고 올 2월 한국선급의 안전검사를 무사통과한 것도 의문투성이다. 사고 당시 40여개의 구명뗏목 가운데 멀쩡한 게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민간의 전문성을 더욱 무력화시킨 것은 민관 유착구조다. 해운조합의 역대 12명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퇴직 관료들이다. 한국선급도 역대 회장과 이사장 12명 가운데 8명이 낙하산 출신으로 채워졌다. 대정부 로비와 퇴직관료들의 자리보전이라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격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감독 기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울지하철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전동차 추돌사고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신호기 오류 역시 경비 절감을 위해 민간 업체에 위탁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하철은 16년 이상 된 노후 기관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안전관리는 뒷전이었다. 2008년 이후 정비인력을 대폭 줄이면서 대부분의 안전관리 업무는 외주업체의 몫으로 남았다. 더구나 서울메트로의 역무·관리직 퇴직자들이 민간 정비업체에 무더기로 재취업해 있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민영화는 공공부문의 군살 빼기와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이는 민간의 전문성과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살아 있다는 대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 효율성으로 포장한 민영화 만능주의는 분명 경계의 대상이다. 더구나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전관리 업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이상의 참사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외주화 관행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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