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수습에 나선 정부 당국의 행보가 수상하기 그지없다. 겉으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들끓는 민심을 억누르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번 사고의 교훈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말 ‘5·1 노동절 집회 관련 복무관리 철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정부 기관에 보내 “최근 세월호 사고로 인한 전 국민적 추모 분위기 속에 공무원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공무원 단속을 당부했다. 안행부는 공무원의 노동절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한 취지로 예년에도 노동절을 앞두고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올해 노동절 행사가 예년과 달리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내용으로 치러진다는 것을 안행부라고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공문이 교육부를 거쳐 각 시·도 교육청에 전달되었을 때, 경기교육청은 ‘5·1 노동절’이란 표현을 아예 빼버린 채 “각급 학교(기관)장께서는 소속 공무원에게 전파해주시고,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교사들을 얼씬도 못하게 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내용이다. 공무원의 노동절 집회 단속을 당연시하는 사고도 구시대적이지만, 희생자 추모행사 참여마저 통제하려는 발상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아닌가. 공무원이라고 해서 이런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비판여론을 막아 보려는 정부의 안간힘은 이 외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구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비판 글을 올린 교사를 소환 조사하는가 하면 울산에선 세월호 비판 글을 올린 전교조 지부장에게 교육당국이 ‘자제 요청’을 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고 한다. 세월호 관련 집회를 청와대 앞에서 하려고 하면 경찰이 아무 합당한 이유없이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말도 들린다.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 사이에 분노의 감정이 싹트는 것은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부가 마련 중인 근본적 대책이란 것도 그 같은 국민 여론과 감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런 성찰적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공무원의 입을 단속해 비판여론의 확산을 막아보겠다는 식이라면 기대할 게 없다. 얄팍한 꼼수로 민심을 틀어막으려다간 더 큰 분노를 부를 뿐이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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