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원들은 늘 하던 대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출항 전 선박 안전 상태를 하나도 점검하지 않고 모든 게 문제없다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는 선박 상태, 화물량과 적재 상태, 구명설비 등 점검 항목이 모두 양호(良好)하다는 안전 점검 보고서를 작성해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원래 선장이 작성하게 돼 있으나 세월호의 경우 3등 항해사 박모(여·26·구속)씨가 선장 대신 작성해 선장 명의로 제출했다. 박씨는 수사본부 조사에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내용을 기입했다"며 "일을 배울 때 그냥 양호함이라고 쓰면 된다고 배웠다. 늘 이렇게 해왔다"고 진술했다. 1등 항해사 강모(42·구속)씨도 "안전 점검하기 전에 서류부터 냈다. 관행적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세월호 안전 점검 보고서에는 화물 657t, 컨테이너 0개, 자동차 150대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컨테이너만 105개로 1157t에 달했다. 자동차는 180대였다. 컨테이너 화물이 제대로 묶여 있지 않았는데도 보고서엔 선적 상태를 양호라고 적어 놓았다. 화물을 한도 이상으로 싣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꽁꽁 묶지 않은 것도 세월호 침몰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명설비도 '양호'라고 했으나 세월호 구명벌 46개 가운데 침몰 당시 펼쳐진 것은 1개뿐이었다.
"늘 이렇게 해왔다"고 진술한 항해사 박씨는 세월호에 입사한 지 5개월 정도 됐다고 한다. 박씨에게 안전 점검을 하지 말고 무조건 양호하다고 쓰라고 가르친 사람은 박씨의 전임자 내지 선배들일 것이다. 이 전임자와 선배들은 다시 그들의 전임자와 선배한테서 그렇게 하라고 배웠을 것이다. 이런 관행(慣行)이 굳어져 이제 입사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박씨 같은 신입 사원도 거짓 보고서를 쓰면서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쌓인 거짓과 타성의 무게가 결국 배를 짓눌러 쓰러뜨렸다.
세월호 승무원들만이 아니다. 그 안전 점검 보고서를 제출받은 운항 관리자가 현장을 확인해야 할 법령상 의무는 없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현장 확인을 했더라면 그 보고서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보고서를 선장이 쓰지도 않았다는 사실도 적발했을 것이다. 그 결과 세월호가 출항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최소한 짐을 다시 확실히 묶으라는 지시는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운항 관리자는 그 가짜 보고서를 그냥 통과시켜줬다. 이 역시 관행이었을 것이다. 세월호의 위, 아래, 앞, 뒤는 모두 거짓과 가짜투성이였고 그 모든 것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세월호만이겠는가. 다른 배들의 안전 점검 역시 이와 얼마나 다를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대형 시설, 위험 시설 안전 점검 보고서 대부분이 이런 엉터리는 아닌지 두렵다. 다른 선박은 물론이고 지하철·항공·가스·원전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안전 점검에 앞서 그간의 안전 점검 보고서와 내부 관행부터 먼저 살펴봐야 할지 모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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