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6일 화요일

조선_[사설] 지하철 승무원 지시 무조건 不信도 합리적 태도 못 돼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 사고 때 승객 대부분이 "밖으로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에 따르지 않고 객차에서 탈출했다. 전기가 끊겨 깜깜해진 어둠 속에서 일부 승객이 "대기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한 남성이 "세월호 때도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다 죽었다"고 소리치면서 급속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앞차 승객들은 수동으로 객차 문을 연 뒤 승강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반면 선로(線路)에 멈춰 선 뒤차 승객들은 반대편 선로를 따라 역까지 걸어 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편에선 젊은 승객들이 어린아이·여성·노인 순으로 대피를 시켰고, 노약자를 부축하며 선로를 따라 줄을 맞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승객들이 객차에서 먼저 빠져나가려고 서로 밀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세월호 트라우마의 한 단면이다. 어린 학생들이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대거 참변을 당했다. 선장과 선원 대부분은 자신들만 살겠다고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 그러니 지하철 승객들이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에 따랐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세월호 선장·선원들의 행태는 예외적인 경우로 함부로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다. 사고 초기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나마 여러 경우를 예상해 덜 위험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승무원이다.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는 지하철 선로에서 사람들이 떼 지어 걷는 것은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었다. 승객들이 줄을 맞춰 질서 있게 행동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먼저 기관사가 상황을 파악하고 사고 구간을 지나는 다른 열차를 멈춰 세우는 조치를 한 다음에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전까지는 객차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승무원의 지시를 무조건 불신하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책임자들이 승객들이 믿고 따를 만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게 먼저다. 여객선·열차·지하철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비상시에 대비한 철저한 직원 교육과 훈련을 실시해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그와 함께 무조건 불신도 더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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