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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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작전통제권(아래 전작권) 전환이 또 연기 됐다. 지난 10월 2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오는 2015년 12월 한국군으로 이양될 예정이었던 전작권을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또 다시 연기했다. 10월 24일, 보수-진보 언론 모두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정치권과 국민 여론은 노무현 정부에서 전작권 환수 논의를 시작한 이래 계속 진보-보수 진영 각각 전작권 환수 찬성과 반대로 갈려 대립해왔다. 언론도 정치권의 극렬한 대립과 마찬가지로 상반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동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중앙
 
  동아일보는 24일 사설에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쟁 억지 체제인 한미연합사령부가 계속 유지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 것은 전쟁 발발 시 미국의 즉각 개입을 담보하는 안전장치의 작동을 확실히 보장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전작권 전환 연기, 올바른 결정”>(10/27, 신석호・이승헌)에서도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들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한 목소리로 올바른 결정이라며 지지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전작권 전환 충족 조건을 제시하며 안보를 고려했을 때,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불가피했다는 국방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있다. <[사설]불가피한 전작권 연기…강군 개혁은 계속돼야>에서 “우리 군 주도의 대북 억지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전작권 전환 연기는 동맹을 통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한 방편으로써의 현실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같은 사설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며 전작권 환수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노무현 정부 비판하는 조선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의 성급한 전작권 전환 합의로 인해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고 말았다는 주장을 했다. <[사설]전시작전권 무기한 연기,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10/24)에서 조선일보는 “당시 노 정부는 전작권을 전환해야 자주국방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합의를 서둘렀다”며 전작권 재연기는 노무현 정부의 성급한 판단과 미흡한 준비 때문이라고 전했다.

  29일 <[칼럼]전작권 논란을 불러온 ‘잃어버린 10년’>(10/24, 박두식)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외교・안보 참모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에라도 나선 듯 전작권 ‘환수’를 밀어붙였다”며 “주권포기라는 감성적 구호에 휘둘려 섣부르게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던 지난 10년”을 안보 분야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명명했다.
 

무기한 연기, 군사주권 포기, 공약 파기, 말 바꾸기 꼬집은 경향・한겨레
 
  경향신문은 <[사설]전작권 무기한 연기는 무책임・무능의 결과다>(10/24)에서 전작권 전환 충족 조건을 막연히 명시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덧붙여 “나라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군대가 되기로 작정한 것”이라며 전작권 환수를 또 다시 미룬 정부의 처사를 꾸짖었다. 28일 유신모 기자의 기명칼럼<전작권 전환 협상 다시 해야 한다>에서도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설정해 전작권 전환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구 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개 수
21
19
18
21
47
※ 조사 기간: 10.24~11.7(14일 간)

  한겨레는 다른 4개 언론사보다 훨씬 많은 기사를 내놓았다(표 참고). 먼저, 한겨레는 24일 사설에서 “전작권 문제에서 얼마나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기존 결정을 뒤엎는 협상을 추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론화 과정 없이 합의된 전작권 연기 결정을 비판했다. 아울러, <대선땐 “전작권 차질 없는 환수” 정부출범 직후 재연기 밀실추진>(10/25, 석진환)에서는 대선 공약이자 인수위 시절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전작권 전환 정상 추진’ 파기를 비판했다. 11월 3일부터 7일까지 연재된 <[기획연재]전작권 재연기: 흔들리는 군사주권>에서는 전작권 재연기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 외교주권 위협, 책임 등을 다각적으로 다뤘다. 이중 <‘전환’ 공약 뒤 ‘재연기’ 일사천리…한입 두말한 사람들>(11/7, 박병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작권 관련 발언 변화를 다루면서 김태영 전 장관, 김관진 안보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 등 ‘한 입으로 두 말한 사람들’을 비판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노력이 한창이던 2005년, 박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요구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라는 발언을 했다. 2012년 11월 박 대통령은 “2015년 전작권 전환 차질 없이 준비”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10월 24일 전작권 재연기 합의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공약 이행보다 국가안위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전작권 전환 연기를)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입으로 두 말하기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전작권 전환 관련 사설에서 명실공히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언론’이라는 것을 인증했다. 조선일보는 <[사설]평시작통권의 중요성>(1994/12/1)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하는 것이 다음의 과제”라며 “전시작통권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10여년 뒤 조선일보는 전작권 환수를 염원했던 지난날을 잊어버리고 <[사설]노무현 정권이 한미연합사 해체에 성공한 날>(2007/2/26)을 지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2012년 4월 17일에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합의했다.…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강력한 전쟁 억지 체제가 사라지고, 한반도의 운명이 이유 없이 실험대에 오르는 날이 바로 그날이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작권을 환수하자던 조선일보에 10여년 세월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동아일보의 말 뒤집기도 가관이다. <[사설]평시작전권 환수를 앞두고>(1994/10/9)에서 “휴전이 성립된 지도 41년이나 지났으니 작전권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하루 속히 되찾아야 할 일"이라며 평시작전권 환수를 계기로 전시작전권도 환수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커밍아웃’한 그 날, 동아일보도 <[사설]2012년 4월 17일 이후 戰時(전시)상황이 오면>에서 ”노 정권이 국민의 어깨에 혹독한 짐을 지우고 말았다.…무모한 전시작전권 환수로 인한 한미 군사동맹의 이완 및 안보 공백을 메우는 일이 다음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말 뒤집기에 동참했다.
 

부끄럽지 않으냐 vs. 부끄럽지 않다
 
  숱하게 ‘사설 뒤집기’를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동아일보는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우리 군이 전작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는 일갈을 한 문재인 의원을 오히려 비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문재인, 北核(북핵) 소형화하는 판에 ‘전작권 연기’ 사과하라니>(10/28)에서 “유사시에 미국이 작통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북한을 더욱 두렵게 해 남북 간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안보관이 국가원수로서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2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의원의 “전작권 무기한 연기는 군사주권을 포기”란 발언을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의도적인 왜곡이라며 “문 의원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사고방식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듯”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부끄럽지 않나“ 한민구 ”부끄럽지 않다“>(10/28, 정우상・박수찬) 기사 1개로 국감장에서의 문 의원과 국방장관의 갑론을박을 전했다.
 

뒤집힌 계획보다 미군기지 인근 집값이 더 중요해?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함께 그간 진행돼온 한미연합사 평택 이전과 동두천 210화력여단 부대 이전 계획이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다. 애초 미군기지 이전 계획은 전작권과 무관하게 아무 문제없이 추진돼온 일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받아 추진 중이던 기지 이전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함께 없었던 일이 돼버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동두천시 시당국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동두천시는 시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미군기지로 내주면서 수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어왔다. 이 판국에 동아일보는 경제면에 부동산 시장 동향 기사로 <용산 주민들 “공원-주변 개발 미뤄지나” 동두천 “이전 계획 툭하면 바꿔 안 믿어”>(10/28, 홍수영)을 실었다. 이 기사는 “떠나기로 했던 부대 일부가 남는 것이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집값 등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는 근거 없는 소식을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동두천 미 2사단 잔류 소식에 시민들 “정부가 뒤통수 때렸다”>(10/25, 홍용덕) 등 복수의 기사에 공론화 없는 갑작스런 정부 당국의 미군부대 이전 계획 변경에 대한 주민, 지자체의 분노 섞인 목소리를 담았다.
 

얼마나 더 쏟아 부어야 끝날 것인가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향후 전작권 전환 시기는 ‘한국군이 북한 위협에 대응할만한 독자적 능력을 갖춘 때’다. 모호한 조건을 명시해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진보-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비판하는 점이다.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모든 언론이 함께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가 전작권 전환을 위해 도입할 것으로 밝혀진 무기체계는 한미연합 선제타격 체제(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다. 여기에 17조원이 들어간다. 아울러 차기 전투기와 한국형 차기 준투기 도입을 위해 40조원, 글로벌 호크, 이지스 구축함 등의 무기 구매 비용까지 더하면 대략 60조원이다. 매년 35조원의 국방예산을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조달이 불가능한 액수다.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로 한반도는 끝없는 군비경쟁의 늪에 더 깊숙이 빠졌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정부는 스스로 더 깊이 그 늪에 빠져 들어갔다. 전작권을 가져가라는 미국에게 손사래를 치며 모호한 기준을 세워 우리 국군장병의 전시 생사여탈권을 무기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로써 그간 전작권 전환을 위해 투입한 비용과 시간은 모두 물거품이 됐고 또 다른 측면에서 군사비 지출을 늘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미군이 있어 다행이야’라며 안도하고, 조선일보는 “그러게 왜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전환 추진해서 돈 낭비 했냐”며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안보 위협을 타개하기 위해 더 큰 안보 위협을 가하며 겁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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