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1일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후보로 조균석 이화여대 교수와 민경한·임수빈 변호사 등 3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박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 특별감찰관은 3년 임기 동안 30명의 조사관을 지휘해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간부의 비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검찰에 넘긴다.
역대 정권에서 예외 없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불거졌다. 대통령 가족들의 집과 사무실 앞에는 한자리 해보겠다는 사람이 몰려들고, 대통령 친구·측근들이 별의별 이권에 개입하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동안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해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검찰·경찰·국세청 같은 사정기관들이 감시 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나 이들은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 눈치를 보면서 제때 경고음을 울리지 못해 역대 대통령들은 환부(患部)가 곪아터진 뒤에야 추잡한 뇌물 거래로 자신의 주변이 더럽혀진 사실을 깨닫곤 했다.
특별감찰관은 법률적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갖지만 감찰의 개시와 종료 때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감찰 기간을 연장할 때도 대통령 사전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대통령부터 특별감찰관의 실질적 독립성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과연 특별감찰관이 대통령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는 감찰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별감찰관제는 대검 중수부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법안을 심의할 때는 대통령 친·인척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과 장·차관까지 특별감찰관 감찰 대상에 넣었다가 정작 법을 통과시킬 때는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은 빼버리고 기껏 수십 명에 불과한 '대통령 4촌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 이상'만을 남겨뒀다. 특별감찰관에게는 감찰 대상자에 대한 강제 조사권조차 없다.
국회의원과 장·차관을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에 다시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다. 국회가 지금이라도 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기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빈껍데기 특별감찰관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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