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3일 일요일

중앙_[사설] 북핵 해법 못 찾은 미·중 전략대화

북한 핵이 심각한 문제라는 데 미국과 중국은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해법에 들어가면 도끼날에 장작 쪼개지듯 쫙 갈라진다. 미국은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다.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발벗고 나서야만 풀린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북핵은 기본적으로 워싱턴과 평양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작심하고 북한과 협상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해결된다는 것이다. 9~10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북핵 해법에 대한 G2의 상반된 시각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폐막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중은 비핵화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드는 중요한 긴급성에 동의했다”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딱 거기까지 였다. 해법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못 찾았다는 뜻이다. 미·중은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놓고 대립 중이다. ‘선(先) 비핵화 조치’와 ‘선 대화재개’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더 이상 북한에 속지 않으려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면, 그래서는 절대 북한이 응할 리 없으니 문턱을 낮춰 북한이 회담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눈 딱 감고 기다리겠다며 지난 5년을 버텼다. 그러나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해서는 워싱턴에서도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까지 실패론에 가세했다. 전략적 인내로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니 북한과 ‘탐색적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대북제재 정책을 주도했던 그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건 주목할 변화다. 

 미·중의 ‘핑퐁게임’이 길어질수록 절실한 것이 한국의 역할이다. 창조적인 해법으로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미 대화를 유도하고,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1차적 당사자는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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