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그제 폐막한 제6차 전략경제대화에서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을 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대표로 한 양측은 특히 해양 영유권, 사이버 해킹, 중국 인권, 위안화 환율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양보할 수 없는 이익을 둘러싼 충돌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난 한판의 대결 같아 보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대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해선 안된다”면서 “서로 주권과 영토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화 기간에 “중국은 국제해양법을 준수하고 인근 해역에서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 지역의 조화를 깨고 새 질서를 만들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주 한·중이 서울 정상회담을 통해 급속히 접근하는 가운데 표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부각된 것은 그만큼 한국이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현명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과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미·중 갈등의 파장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 발전은 미·중 간 치열한 경쟁 조건에서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다.
물론 한·중관계 진전은 미·중 갈등만을 염두에 둔 전략이 되어서는 안된다. 미·중은 갈등 못지않게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의 토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한·중관계 진전은 이런 미·중 협력의 상황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미·중 대화의 성과가 풍부했다고 논평했다. 이는 협력의 기저를 유지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케리 장관도 “아시아 60년 동맹체계로 중국을 포위하거나 봉쇄할 의도가 없다”면서 “미국에는 중국과 갈등하거나 중국을 밀어붙이는 전략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미국 중심 질서를 대체하겠다는 사고를 하면 안된다.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성장한 중국이 이 지역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대충돌을 초래할 위험한 선택이다. 미국 역시 중국이 100년 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몸집이 커지면 기존 공간이 좁다고 느끼면서 몸집에 맞는 공간을 확보하려는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미국은 그 욕망의 표출에 어느 정도 불가피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중국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이 되도록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방법은 역시 경쟁하고 견제하되 협력이 중심이 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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