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이 조만간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아직은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지만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론에 매몰돼 있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재분배의 핵심인 가계소득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에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라고 한다. 우선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거나, 유보금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돌렸을 때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에 소극적인 대기업을 겨냥한 으름장이지만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흘러들어가게 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얘기도 함께 거론되는 것으로 보아 의미를 폄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현재의 소비 부진이 가계가 쓸 돈이 없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기업들은 곳간에 거액의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지만 경제환경의 불투명성을 내세워 투자는커녕, 가계와 과실을 나누는 데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은 연평균 9.4%씩 늘었지만 가계소득 증가폭은 5.8%에 불과했다. 노동소득 분배율도 1996년 80%에서 2012년에는 68%로 줄었다. 가계의 소득 증대 방안은 세계 각국이 직면해 있는 난제다. 국제통화기금은 물론이고 세계은행조차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노력 없이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 접근이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의 균형 회복을 통한 불평등 개선과 복지 증대 같은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소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가계소득은 근본적으로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올 초 발생한 세 모녀의 자살 비극 역시 기본적인 가계소득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기업도 임금 얘기만 나오면 고개부터 젓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사회는 ‘부자기업과 가난한 개인’ 외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가계 내부 간에도 다양한 형태의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 가계소득 증대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고 정작 필요한 계층에는 돌아가지 않을 경우 빈부격차는 더 커지면서 문제만 더 키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정부의 접근은 정교하고도 세심해야 한다. 부동산 대출 완화나 추경 등의 정책은 효과도 불분명하지만 가진 자의 몫을 더 키우거나,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소지가 큰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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