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駐韓) 일본 대사관은 당초 11일 오후 7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일본 자위대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취소됐다. 롯데호텔 측이 바로 전날인 10일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일본 대사관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 측은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결정"이라면서 "행사에 대한 정확한 사전 정보나 확인 없이 업무를 진행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자위대의 날' 행사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저(官邸)에서 열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극히 유감"이라며 "일차적으로 호텔 문제이기 때문에 호텔 측에 항의했으며 한국 정부에도 이러한 우려를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결정은 롯데호텔이 독자적으로 내린 것으로 한국 정부와는 무관하다.
롯데호텔은 일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롯데그룹 소속이고 투숙객의 30%가 일본인이다. 위약금만 수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롯데호텔이 취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등한 반일(反日) 여론 때문이다. 롯데호텔에서 자위대 기념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항의 전화가 쏟아졌고 호텔 폭파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항의 집회까지 예정돼 있어서 행사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최근 헌법 해석을 바꾸는 편법까지 동원해 자위대를 '전쟁할 수 있는 군대'로 바꿔 놓았다. 이런 마당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자위대 관련 행사가 대규모로 열리면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다. 그렇다 해도 '한국인의 협박' 때문에 국제적 수준의 호텔이 행사 바로 전날 기념식을 취소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당장 롯데호텔을 어떻게 볼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게 될지 생각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지금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및 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 경쟁에선 도덕적 우위(優位)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유럽 곳곳에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고 현지 여론이 한국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우리의 주장이 보편타당한 인류 공통의 가치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롯데호텔의 일본 자위대 기념식 행사 취소는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감정 때문에 대일(對日) 외교의 큰 그림을 놓쳐선 절대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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