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김 대표는 주류 친박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8%포인트의 큰 격차로 눌렀다. 나머지 최고위원에도 김태호, 이인제 의원이 진입해 비주류가 지도부의 다수를 차지했다.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살아 있는 집권 초반기에 비주류가 집권여당을 장악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새 지도부가 2016년 총선 공천과 차기 대선의 밑동을 설계하는 소임까지 맡는 것을 감안하면, 당내 세력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당대회 결과는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집권당다운 지도력을 못 보이고, 정국의 고비마다 대통령만 쳐다보며 청와대를 따라다니기만 한 주류 친박에 대한 경고·심판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대표 선출에는 새로운 당·청관계 정립과 함께 국정을 주도하는 집권여당의 위상 회복을 바라는 기대가 강렬하다. 새누리당은 그간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은커녕 기껏 청와대 호위에 급급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세력다운 리더십과 정책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청와대와 정부, 국정원이 저지른 일의 뒤치다꺼리에도 허덕인 게 새누리당의 초상이다. 선거 때마다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어 연명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때 노정된 집권여당의 무능, 일련의 ‘인사 참사’ 과정에서 민심의 통로 구실은 고사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며 정권의 위기를 방조했다. 소위 ‘종박(從朴)’ 실세 몇몇이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혈안이 되었으니 집권 1년 반 만에 주류가 사실상 지도부에서 축출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신임 김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수평적 당·청관계”를 다짐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잘못 가고 있는 부문은 바로잡는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집권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과 정치에 대해 견제,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고질병인 ‘인사’에서도 민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새 지도부의 몫이다. 김 대표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정치공학적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정권의 파열을 재촉할 뿐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에는 굴절된 대야 관계, 대화 정치를 복원하는 책임도 부여되어 있다. 여당의 정상화 없이 ‘정치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길은 하나다. 새 지도부가 ‘대통령 바라보기’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나아갈 때 당도 살고 정치도 살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