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6일 수요일

경향_[사설]민심 역행하는 ‘거짓말 장관’ 임명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을 새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어제 자정을 시한으로 지정해 오늘 이후 언제든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 거짓말 등 중대 흠결이 드러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들 중 김 후보자만 지명을 철회하는 ‘분리 대응’을 함으로써 정성근 후보자 등에 대해선 임명 강행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김명수 낙마’를 방패 삼아 청문회 위증과 ‘폭탄주 회식’ 등으로 자격 없음이 확인된 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국회를 무시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최악의 선택이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는 사필귀정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30여가지에 달하는 심각한 연구윤리 의혹과 낙제 수준의 자질, 업무능력 때문에 일찌감치 국민과 국회로부터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터다.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 결과를 받아들여 지명 철회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쇄 낙마에 이어 교육부 장관 후보자마저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된 ‘인사 실패’에 대해 다시금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부실,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교육부 장관 인사도 생뚱맞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것을 빼고는 교육 관련 경력을 찾기 어려운 황우여 의원을 내정한 것은 ‘교육 전문성’보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급급한 인선이라는 느낌이다. 내 사람만 고집하는 데서 비롯된 ‘돌려막기 인사’의 전형이다. 정부안대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사회부총리를 겸한다지만, 일개 장관에 전직 여당 대표를 앉힌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당·정관계가 정립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것 하나만으로도 공직자로서 치명적 결격 사유다. 자신의 위증 논란으로 청문회가 정회된 상황에서 문화부 간부 등과 술판을 벌인 것은 기본 양식마저 의심케 한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도 불가론이 비등할까 싶다. 그런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도발이다. 야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 등을 통해 어렵게 마련된 ‘소통 정치’를 배반하는 불통이고 독선이다. 이제 ‘재활용 총리’에 이어 ‘거짓말 장관’까지 지켜봐야 하나. 박 대통령은 민심에 역행하는 정 후보자 임명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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