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3일 일요일

중앙_[사설] 소프트웨어 교육, 영어만큼 중요하다

현재 교육부 주관으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교육부 공무원과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개정안 총론의 주요 내용을 결정한다. 총론 발표를 앞두고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어떤 과목이 들어갈지, 시수(수업시간 수)는 어떻게 조정할지 윤곽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정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정하는 설계도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 작업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정규 독립 교과로 정해 초·중·고교에서 가르치게 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개정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소프트웨어 교육은 중학교에서 기술·가정 과목의 한 단원으로, 고교에선 전체 학교의 5% 미만이 선택하는 심화 선택과목으로 다뤄질 뿐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교육이 기존 교육과정에서 소홀하게 취급당하고 있으며 교육 시기도 대학 진학 이후라는 점에서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늦다. 영국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포함한 컴퓨팅 과목을 5~16세에게 필수적으로 가르치겠다고 올해 발표했다. 가까운 일본 역시 고교 필수과목 중 하나로 정보과목을 정해 가르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는 국제 공용어인 영어만큼 중요해졌다. 결국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정부는 교육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중학교 단계에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독립 과목으로, 고교에서도 일반선택 과목으로 각각 지정해 지금보다 좀 더 많은 학생이 배울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확산이 어려운 것은 교육계 내부의 이해관계도 작용한다. 교육부는 여러 과목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과목을 취급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닌 다른 과목 교사들은 자신의 시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반발하고 있다. 교사단체, 교원양성기관인 사범대, 학회 등 교육을 공급하는 공급자 위주로 교육과정을 정하다 보니 학생 등 교육소비자가 배우고 싶거나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실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교육계의 밥그릇 싸움이나 이기주의가 이를 그르치게 해선 곤란하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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