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4일 서울의 25개 자율형사립고 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반고로 전환하면 가능한 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며 일반고 전환을 권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사고는 교육감이 5년마다 운영 평가를 거쳐 재(再)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서울의 25개 자사고 가운데 14군데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다.
자사고는 등록금을 일반고의 2.5~3배로 책정하는 대신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교과 과정을 자율로 편성할 수 있다. 학교가 신입생 선발에서 일부 재량권도 가진다.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 실험으로 평준화 시스템 아래서의 획일적 교육의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시도로 도입됐다. 서울의 자사고 중 한가람고는 사회 시간에 모의재판을, 미술 시간엔 컴퓨터 그래픽도 가르친다.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수업만족도 조사도 해왔다. 하나고 학생들은 학교가 정해준 시간표가 아니라 자기 적성에 맞게 개인 시간표를 짜 공부를 하고 있고, 체육과 음악·미술의 '1인(人) 2기(技)'의 특기를 갖춰야 한다. 물론 자사고 가운데는 입시 교육에 치중하거나 새 교육 방법을 시도하다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래의 교육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자사고들이 특성 있는 교육 방법을 정착시키기까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줄 필요가 있다. 선거로 새 교육감이 뽑힐 때마다 교육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4년 뒤 다른 교육감이 선출돼 이번엔 혁신고를 줄이고 자사고를 늘리겠다고 하면 교육 꼴이 뭐가 되겠는가.
자사고와 특목고 등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는 바람에 일반고는 2부 리그처럼 돼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반고 가운데서도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가르치는 곳은 자사고·특목고 못지않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상문고는 2008년부터 교사들이 전국 과학고·영재고와 대학을 찾아다니며 전문 강사를 초빙해 매주 토요일 4시간씩 과학아카데미 특별반 활동을 해왔다. 이것이 인기를 끌자 지금은 인문아카데미·영어토론반·로봇연구반 같은 동아리들도 활동하고 있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고가 교육부로부터 연간 20억~25억원씩 받는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 교육 당국은 자사고로 절약되는 예산으로 일반고와 혁신고의 재정을 늘려주거나 무상급식 질(質)을 높일 수도 있다. 자사고를 누르겠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자사고를 활용해 전체 교육 수준을 높일 방도를 찾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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