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4일 월요일

조선_[사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이 보여준 한국 제조업 生存의 길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달려가면 박닌성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이 나타난다. 한 해 1억3000만대의 휴대전화를 쏟아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폰 생산 기지다. 컨베이어 벨트 양쪽 옆으로 20대 여공(女工)들이 최첨단 스마트폰의 부품을 검사하고 조립하고 있다. "베트남 근로자들이 일하는 속도는 처음엔 한국 근로자보다 10% 정도 느리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 비슷해집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선 근로자 한 명이 한 달에 104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반면 베트남 공장에선 89대를 만들어 낸다. 생산성이 한국 공장의 86% 수준이라는 말이다.

삼성은 노키아의 초저가 휴대전화가 전 세계를 호령하던 2007년 해외 생산 기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결정이었다. 베트남 공장의 고졸 근로자 임금은 월 20만~35만원 안팎이다. 중국의 30~50% 선(線)이고 한국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곳에는 젊은 인력이 넘쳐난다. 공장을 확장하던 재작년에는 한 해에 무려 2만명을 어렵지 않게 채용했다. 지금은 베트남 전역에서 몰려온 5만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인구 5만 신도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삼성이 베트남을 선택한 데는 베트남 정부의 유인책(誘引策)도 한몫을 했다. 베트남은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베트남의 법인세는 22%지만 삼성에는 첫 4년간 세금을 면제해주고 그 후 46년 동안 5~10%만 매기기로 했다. 수출용 휴대폰은 공장에서 통관 절차를 밟는다. 공장에 세관이 있는 것이다. 베트남으로선 어떻게든 제조업을 키우려는 전략에서 삼성에 온갖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 휴대폰은 작년에 베트남 수출액의 18%를 차지해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만성 무역 적자국이던 베트남은 휴대전화 덕분에 2012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 흑자국으로 바뀌었다. 베트남 정부의 전략이 옳았다는 것은 증명된 셈이다.

베트남에 5만3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동안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전화 사업부 인력도 6100여명 늘었다. 일자리 숫자만 비교하면 우리들 일자리가 베트남에 넘어갔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베트남 일자리는 월 30만원 안팎의 저임금 생산직이고, 국내 일자리는 디자인·연구개발 등 월 500만원 가까이 받는 고급 일자리다.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이 번창하면 할수록 국내에는 두뇌를 쓰는 고임금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1%이다. 저임금 일자리에만 집착하게 되면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단순 가공 제조업은 임금 경쟁력을 갖춘 나라에 넘겨주고 우리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베트남 같은 개발도상 국가들이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제공하며 외국 기업을 끌어당기고 있는 점이다. 우리가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조차도 한국을 투자 대상으로 거들떠볼 리 없다. 국내 기업의 투자를 붙잡으려면 외국 정부와 같은 조건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우리 공무원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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