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는 6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며 일본을 정면 비판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필레이 대표는 "인권을 위해 싸워온 용감한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배상과 권리 회복 없이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위는 지난달 말에도 "일본은 위안부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국가 책임을 인정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위안부(Comfort woman)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으며 '강제 성 노예(sex slave)'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유엔 인권위가 1996년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위의 일본 비판이다. 아베 내각이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1993년 고노(河野) 담화 재검증 작업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말 '위안부 강제 동원을 입증할 자료는 없으며 고노 담화는 한·일 교섭의 산물'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오히려 유엔 인권위를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도 지난달 말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를 만났다. 미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만난 것 자체가 처음이다. 두 할머니는 "우리는 곧 죽는다"며 "죽기 전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 의회는 2007년 채택한 위안부 관련 결의안에서 "20만여명 젊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은 그 잔인성과 규모에서 전례가 없는 인신매매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방한(訪韓) 때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공동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 정부의 대일(對日) 압박은 늘 여기까지였고, 일본을 움직일 구체적 조치가 따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2007년 미국 의회 결의안을 주도했던 일본계 마이클 혼다 의원이 올해 초 미국 예산 법안에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가 2007년 결의안이 제기한 사안들을 해결하도록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겠는가.
아베 내각은 이런 미국과 유엔의 구두 경고와 비판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다. 오히려 일본 내부 분위기는 세계 여론과 거꾸로 가고 있다. 아베 내각에 비판적인 아사히신문은 5일 특집 기사에서 "위안부로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힌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신문이 1982년 자신들이 제주도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던 기사에 대해 "(기사를 뒷받침할)증거나 증언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자 일본 내 극단 세력은 "위안부 강제 동원은 날조된 사실임이 입증됐다"고 떠들고 있다.
고노 담화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 16명의 증언을 직접 들었다. 이 중 14명이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2명은 치매 등으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백악관·국무부를 찾아간 할머니들도 "우리는 곧 죽는다"며 문제 해결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절규했다. 이제 미국과 유엔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일본 정부로 하여금 위안부 만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도록 나서야 할 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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