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들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대출 규제 때문에 집을 사지 못했던 사람들의 주택 구입 수요를 부추겨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새집을 살 여력이 있는 무주택 가구가 작년 현재 144만 가구에 달한다. 집이 한 채 이상 있지만 추가로 살 수 있는 가구도 425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이 주택 투자를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의 불씨가 살아나 시장에 활력이 도는 선순환(善循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를 하고 보니 은행 각 지점에는 신규 대출 가능성을 묻는 고객보다 기존 주택대출금 한도(限度)가 얼마나 더 늘어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새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이미 은행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대출금을 늘리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만약 빚더미에 눌려 있는 가계에 대출을 더 늘려주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역효과만 커질 수 있다. 고령 은퇴자들의 경우 주택 대출을 받아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창업 자금이나 생활비로 쓰는 일이 많다. 늘어나는 은행의 주택 대출금이 이들에게 집중되면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이들의 원리금 부담만 무겁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102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규모만 더 팽창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주택대출 규제를 푸는 취지는 갚을 능력이 있는 가계에 대출금이 더 흘러가게 만들어 주택 투자와 소비를 자극하자는 데 있다. 과도한 빚에 허덕이는 가계는 오히려 부채를 줄여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정확히 따지도록 심사(審査) 역량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은행 빚 부담이 무거운 은퇴 계층에 대해선 재취업·창업 컨설팅을 통해 소득 증대를 지원하는 대책을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