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박영선 원내대표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박 위원장은 내년 1~3월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새정치연합의 임시 지도부를 이끌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누가 봐도 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던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졌고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사실상 패배했다. 그러더니 전국 15개 지역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재·보선까지 11대4 완패를 당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국민과 따로 놀다 존폐(存廢)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런데도 새정치연합 안에선 지금 선거 패배 원인을 놓고 강경투쟁파와 온건중도파 사이에 또다시 노선 다툼이 벌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계기로 소장파와 중진들은 '세대교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몇몇 계파 보스들은 벌써부터 다음 당권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박 위원장은 우선 지리멸렬한 당내 상황부터 신속히 정리해 당의 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박 위원장이 '당 혁신 과제'를 책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쟁 일변도 체질 개선, 오락가락해온 이념 정체성 확립, 계파 정치 청산 등 '박영선 비대위'의 과제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반년 정도이다. 이 기간에 당 혁신을 모두 끝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욕심에 가깝다. '박영선 비대위'로선 당이 왜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됐는지 원인을 정확히 짚어 새 지도부에게 해법의 밑그림이라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민주당 시절 외부에 맡겨 총선·대선 패배 원인 보고서까지 내고서도 계파 간 이견 때문에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적이 있다. 박 위원장 체제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새정치연합의 새 출발은 진작에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당장 비대위원 인선에서부터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어떻게 저런 사람까지 쓸 생각을 했느냐'며 놀랄 정도로 당의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자력(自力)으로 병을 고치기 힘든 상태라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영선 비대위'가 과거 야당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까지 함으로써 국민을 놀라게 하는 횟수가 잦을수록 새정치연합의 재기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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