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일 일요일

경향_[사설]펑크 난 학교운영비 문제, 국가가 고민해야

서울시교육청이 시내 초·중·고교에 학교운영비를 삭감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재정 결손 때문에 당초 통지했던 예산을 다 줄 수 없는 형편이 되었으니 깎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삭감 규모는 학교당 평균 500만원으로 많지 않은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만원이 깎인 학교도 있다. 교육청에서 예산이 내려올 것으로 믿고 그에 맞춰 사업을 진행해온 학교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학교운영비는 일선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각종 사업비다. 학교별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 비용이나 시설 관리·유지비, 냉·난방비 등이 학교운영비다. 세부 항목을 보면 교육기자재 구입비, 도서관 운영비, 각종 행사비, 정보화용품비, 교직원 연수비, 급식실·화장실 보수비 등 100가지가 넘는다. 특색있는 교육, 학교별 자율 운영의 원칙을 존중한다면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야 마땅한 항목인 것이다. 실제 이 예산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별로 1000만원씩 증액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깎겠다고 하니 교육재정의 졸속 운용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으로선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취임 전 인수위원회 발표를 통해 “올 하반기에만 서울 교육재정이 3100억원 부족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학교운영비 삭감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조치다. 돈이 없으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학교운영비가 삭감되면 대다수 학교들은 도서 구입이나 교실 수리, 냉·난방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려 든다. 교육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청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2012년부터 3~5세 유아의 학비·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사업에 많은 돈이 투여되면서 교육재정이 펑크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올해 서울의 누리과정 사업비는 5473억원으로 공립 유·초·중·고의 학교기본운영비 5299억원보다 많다. 누리과정은 아동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지만 지방 교육에 부담을 준다면 국가재정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예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성시할 이유는 없다. 학교에서도 낭비를 없애고 절약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5000달러의 국가라면 그에 걸맞은 학교의 모습은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최소한 학교가 학생의 집보다 가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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