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사건 피의자 4명에 대해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휘 책임과 관련해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참모총장은 각 군의 인사·교육·훈련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번 사건의 다른 지휘 책임 라인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하다. 병영의 고질적 가혹행위를 방치한 책임은 크다.
병영 쇄신의 핵심은 대통령이 밝힌 대로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군에 보낼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병영이 인권 친화적이어야 사기도, 전투력도 올라간다.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선 신고 시스템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피해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자는 얘기다. 윤 일병은 4개월간이나 지속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릴 방법조차 없었다.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혹행위에 자발적 신고가 많은 부대에 대해선 상을 주는 역발상도 해 볼 수 있다. 신고가 있어야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가혹행위를 엄벌하는 것도 근절의 조건이다. 그런데도 군내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2011년 군내 가혹행위·처벌자 현황을 보면 전체 938명 가운데 64%인 602명이 불기소됐다. 실형은 17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불기소 비율은 전체(558명)의 61%였고, 실형을 받은 군인은 13명이었다. 민간이라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들도 영창 등 군내 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선 군의 이런 봐주기 관행을 없애야 하고, 형량도 높여야 한다.
초급 장교·부사관의 질(質)을 높이고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윤 일병이 근무하던 의무대에서 유일한 간부였던 유모 하사는 상습적 가혹행위를 적발하기는커녕 방조하고 가담했다. 병사들과 부딪히는 초급 간부의 사명감과 리더십 없이 병영 혁신은 요원하다. 의무대나 탄약보급소 등 소규모 독립 부대에 대해선 각별한 관리와 감찰이 필요하다. 윤 일병 사건처럼 선임병이 한통속이 돼버리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전면적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부대에 대해선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병영 쇄신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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