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7일 목요일

조선_[사설] 사단장·군단장이 수사·재판 좌우하는 軍 사법 제도 고쳐야

육군 28사단 소속 검찰관은 한 달 동안 구타와 가혹 행위로 윤모 일병을 숨지게 한 선임병 5명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윤 일병은 갈비뼈가 14개 부러지고 복부, 폐, 심장, 내장에 피가 고여 있었으며 근육은 파열되고 비장(脾臟)은 터져 있었다. 상처가 이 정도라면 '실수로 죽음에 이르게 한' 치사(致死)가 아니라 살인 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 군 당국은 가혹 행위 실상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은 군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총괄하는 '관할관'이다. 군검찰관 인사권과 구속영장 청구, 기소·불기소에 대해 검찰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재판장과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판결이 나면 형을 감경(減輕)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단장·군단장들이 무리하게 구속을 지시하고, 수사 결과를 무시하고 특정인을 기소하거나 실형을 선고하라고 하고,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형(刑)을 마음대로 깎아준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휘관은 부대에서 사고가 나면 지휘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자기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들기 십상이다. 수사·재판 감독권을 자기 면책(免責) 용도로 휘두르는 것이다. 이러니 작년 군내 사망 사고 62건 중 42건(67.7%)이 수사 부실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못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2013년 군검찰이 처리한 사건은 7530건이다. 이 가운데 탈영이나 기밀 누설 같은 순수한 군 범죄는 14.5%(1094건)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음주 운전, 폭력, 상해, 절도 같은 일반 형사사건이다. 이런 일반 사건의 수사와 재판까지 지휘관 관할의 군검찰과 군사법원에서 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는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두지 않고 민간 검찰과 법원에 맡긴다. 미국엔 군사법원이 있지만 상설이 아니고 재판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구성된다. 지휘관은 1심에서만 관할관 권한을 행사하며 군 판사와 검찰관을 지휘할 권한도 없다. 영국은 1심만 군사법원에서 하고 2심은 일반 법원에서 한다.

우리도 군 지휘관의 수사·재판 지휘·감독권을 전시(戰時)에만 인정하는 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항명·탈영 같은 순수 군 범죄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은 민간 검찰과 법원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휘관이 수사·재판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군 사법 제도를 유지하는 한 사단장·군단장이 가혹 행위를 감추고 축소하는 고질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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