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일 일요일

경향 [사설]뻔뻔한 종편, 편성권 말할 자격 있나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물 건너갔다. 종편의 집단 반발에 놀란 새누리당이 뒤늦게 법안 심사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를 무시한 채 종편의 겁박에 놀아난 새누리당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조·중·동 종편의 자사이기주의는 도를 넘었다. 이들 종편 3사는 방송법 개정을 가로막기 위해 억지논리를 동원한 채 지면과 방송전파를 철저히 사유화했다. 방송 공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감시마저 받지 않겠다는 안하무인격 태도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논란이 된 규정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일 뿐 강제력도 없는 조항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서로 짠 듯 지난달 28일자 신문에 이를 비난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법 조항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거들었다. 동아일보는 “세계 방송사에서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며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여야 의원들의 세비가 아깝다고 썼다.

방송법 개정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현행법에도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공포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일정 부분 명문화한 것뿐이다. 같은 민영방송인 SBS도 지금 이 규제를 받고 있다. 종편은 사업 인허가 당시 공정방송을 위한 편성위 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종편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설사 편성위를 구성하더라도 노조의 입김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구조도 아니다. 이는 결국 방송이 갖는 최소한의 공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편향성뿐 아니라 부실 콘텐츠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가 지난해 종편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보도 프로그램 의존도나 재탕 비율이 절반에 달했다. 차마 방송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제대로 된 방송 편성위 구성이 더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다. 민간방송을 앞세워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뜻이라면 방송 사업권을 반납하면 될 일이다. 종편의 조폭식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법 개정을 통한 국민 감시와 함께 철저한 재승인 심사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방통위의 종편 심사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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