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유정복 장관이 어제 6·4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장관직을 사퇴했다. 선거관리 주무 장관이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셈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총동원령’에 따라 취약지대로 꼽히는 인천의 선거를 위해 지명도 높은 현직 장관을 징발한 결과다. 국무위원 자리가 집권당의 선거전략에 따라 휘둘리고, 활용되는 잘못된 행태가 다시금 벌어진 것이다.
유 장관이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격으로 활동했던 점을 감안할 때 유 장관의 출마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작동했다고 봐야 할 터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유 장관의 사의 표명을 접한 자리에서 “인천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요한 지역’ 인천의 선거에 나서는 유 장관을 대놓고 격려·지원한 꼴이다. 명백한 선거개입 발언이다. 이렇게 박 대통령의 지원 속에 안행부 장관이 여당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선 마당에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공정선거를 감독해야 할 안행부 장관까지 ‘선거용’으로 쓰는 걸 보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원칙 따위는 저버리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니 지방선거에 차출하기 위해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중도 퇴임시켰을 것이다.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3년 임기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소속 최문순 현 강원지사에 맞설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하자 임명된 지 9개월밖에 안되는 공공기관장을 빼내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정 사장은 당초 임명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컸던 인물이다. 임명할 때는 전문성이나 능력과는 무관한 낙하산 인사를 내려 꽂더니, 지방선거에 필요하니까 강제로 징발한 꼴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공공기관장 자리를 이렇게 선거판의 ‘졸’쯤으로 취급하면서, 공기업 개혁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이기 십상이다.
박 대통령은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선거 분야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책과 정견을 통해 경쟁하는 새로운 선거문화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지방선거 승리에 혈안이 되어, 선거관리 주무 장관마저 광역단체장 후보로 징발하고, 취임 9개월의 공공기관장을 차출하는 식의 비상식이 계속되는 한 선거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정이 선거논리에 좌우되면 민생과 경제를 돌보는 국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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