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의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어제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2017년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해 고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3월 중 통합신당을 출범시키고 6·4 지방선거를 통합신당의 이름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합당 선언은 야당이 무기력증을 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126석을 차지하면서도 그 숫자에 어울리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1야당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제어하지도, 실정을 견제하지도 못했다. 당 내부도 사분오열된 채 제각각 다른 생각들이 모인 오합지졸 같은 모습을 보였다. 10년 실권으로 모자라 다음 집권의 길도 포기한 듯한 행태였다.
안 위원장의 신당 추진 역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당 창당을 하면서 불안한 행진을 해왔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노선과 인물, 조직을 갖추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각각 자기 몫을 하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안 위원장의 신당은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는 야당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 통합 요구가 높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 거대 집권세력과 무기력한 야당 간의 기우뚱한 병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어느 정도라도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상대를 의식하며 타협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합당 선언은 야당 지지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벌 다툼으로 통합신당을 껍데기로 만들 수도 있고, 지분 싸움으로 헌 정치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으며,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잡탕정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새정치를 반정치로 오인해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 살리기’가 아닌 ‘정치 죽이기’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 나라의 주권을 기득권세력·재벌·관료에게 넘겨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기회를 잃고 절망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기회가 왔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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