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한겨레 [사설]의사들의 휴진 결의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주말 회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집단휴진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76.69%의 찬성률로 가결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14년 만에 의사 휴·폐업이 재현될 수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의 결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높은 투표 참가율과 찬성률이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의 53.8%인 4만8861명이 투표에 참가해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얼마 전 의·정 논의기구인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모종의 합의문을 발표한 사실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결과다. 더구나 의사 파업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을 무릅쓸 각오가 없으면 선뜻 내릴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집행부 내의 혼란스러운 견해와는 별개로 전국의 보통 의사들이 현재의 정부 정책과 의료체제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파업의 쟁점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 세 가지로 모두 정부 정책 사항이다. 이 중 의료영리화는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줄곧 찬성해온 정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협은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에서 합헌 판정이 난 뒤에도 2012년 9월 다시 한번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의협이 의료영리화에 반대해 파업한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다수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이번 결의가 의료영리화에 대한 일선 의사들의 반대여론을 확인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의협이 말하는 의료영리화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 정책을 가리킨다. 국내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의료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사실상 영리화되어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은 순식간에 파괴될 우려가 크다. 

거듭 지적하지만 의사들의 파업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 침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의에 이르게 된 데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영리화를 밀어붙인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는 영리화 정책의 강행을 중단하고 집단휴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의 대화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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