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5일 수요일

경향 [사설]‘아니면 말고’식 대책으로 불신 키우는 정부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또 보완대책을 내놨다.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시장 불안과 임대사업주 반발로 이어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생계형 임대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2년 유예하고 공제 혜택을 확대해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노령 임대소득자를 겨냥한 전형적인 선거용 대책이다. 그렇다고 전·월세 시장의 근본 문제가 해소될지 의문이다. 정부 대책은 공신력이 생명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1주일 만에 뒤집히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보완대책은 생계형 임대사업자 보호가 주된 목적이다. 월세 소득공제로 임대 가구주의 세원이 노출돼 세 부담 증가-월세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2주택 보유자는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2년간 유예하고 소득공제 폭을 확대해 추가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이를 위해 현재 45%인 필요경비 인정비율을 60%로 확대하고 400만원의 기본공제도 신설됐다. 과세 형평성을 감안해 전세임대소득자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추징도 1주일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번 대책은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노령층이 주된 수혜자다. 하지만 지방선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근본 대책은 아니다. 2년간 한시적으로 세 부담을 유예하는 ‘땜질용’ 대책이라 그 후에는 기약이 없다. 그나마 집을 가진 임대소득자는 혜택을 받지만 집 없는 서민들은 기댈 언덕도 없다. 앞선 전·월세 대책에도 전체 근로소득자 1500만명 가운데 소득이 낮은 500만명은 소득공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작 서민들을 위한 전·월세 대책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혼선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조세 정책은 철저한 준비와 사전 점검이 필수다. 새 정부 경제팀은 지난해 8월 세법 개정 때도 소득공제 기준선을 놓고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번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가 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종의 상식 아닌가. 세수에 눈이 먼 채 “그동안 못 받은 세금까지 징수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던 걸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정부 정책은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며칠 후에는 또 어떤 전·월세 보완대책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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